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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2012-12-21 05:50:07
 좌자


전쟁은 끝났다. 한 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운무 속 치열한 공방은 한때 손권이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최종 승리는 예상대로 조조에게로 돌아갔다. 양측 모두 최선을 다 한 전투였다. 손권은 100% 능력을 발휘했고 수하의 네트워크 역시 죽을힘을 다하여 전무후무한 포인트를 올렸지만 결국엔 역부족이었다. 조조는 바위처럼 견고한 백만 대병을 바탕으로 120%의 능력 발휘에 천우신조까지 겹쳤다.
막판에 고질적인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가 난무했지만 역사상 선거사범이 가장 적은 비교적 온건하고 양호한 대선 경쟁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 장기간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던 진보와 보수의 색채도 현저히 옅어졌고 쌍방이 뒤질세라 시도한 좌클릭과 우클릭으로 인해 이념 경쟁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구차히 분석하자면 이젠 범좌파와 범우파의 대립이라 보는 견해가 좀 더 설득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패자는 부러진 창을 등진 쓸쓸한 퇴장과 함께 권토중래를 위한 와신상담을 택할지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동백섬의 봄바람과 태종대의 가을 달을 즐기는 야인생활로 돌아갈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반면, 승자는 바야흐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구름처럼 몰려드는 환영 인파에 묻혀 천하를 경영할 지휘봉을 들게 되었다.
여전히 유교적 전통이 살아있는 나라에서 동북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신라 역사에서 세 명이나 되는 여왕을 배출한 경험을 가진 우리로서는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의 정치 체제로선 상당기간 꿈도 꾸지 못할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승자가 되고 나면 실수도 미화 되는 법, 3차 일기토에서 보인 어휘력, 임기응변 부족 등도 상대의 비합리적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기에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선덕여왕의 지혜까지 갖추기를 기대해본다.
국민 50% 이상의 지지를 얻은 여성대통령 탄생은 무엇보다 성숙한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밝은 빛 이면에는 항상 그늘이 따르는 법, 대선 토론장에 나온 어느 젊은 후보의 행태는 두고두고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 날카로운 부리, 그 악랄한 공격성은 대체 어디로부터 연유된 것일까. 인성이 배제된 지식 일변도의 교육 제조 공정에서 배양된 독버섯인가 아니면 운동권 중심으로 발전해온 한국식 전투 민주주의의 공해가 파생시킨 기형아인가. 하기야 그 가증스러울 정도의 후안무치야말로 5060부대의 분노를 야기하여 반대급부의 결과를 가져온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한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되어 국민 앞에 서려면 고전을 읽고 인성부터 기르는 게 우선 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선인들이 才勝德은 소인이요, 德勝才라야 대인이라 하지 않던가.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이 민주 선거일진대 패자가 승자에게 깨끗이 승복하는 것은 민주 시민의 기본 덕목에 속한다. 승패가 분명히 가려진 뒤에도 겸손할 줄 모르고 박수 칠 줄 모른다면 민주주의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 정작 몸과 마음을 다한 대선 당사자들은 대인다운 면모를 보임에 추호의 손색이 없는데도 엉뚱한 인물들이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다.
어느 한편의 당선이 확실시 되고 모든 지상파 채널 화면이 승자의 보도로 도배되던 당일 밤, 패자를 지지하던 일부 몰지각한 취객들이 주점의 tv채널을 대선과 무관한 곳으로 돌리도록 강요한 사건은 볼썽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외국인들이 보고 있는 장소에서 말이다. 더욱이 선거철만 되면 불나방처럼 이합집산하는 폴리페서, 덜 떨어진 일부 소설가, 예술인 등등이 선의의 경쟁이 종식된 후에도 그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갖은 추태로 국민을 적대감과 편 가르기로 몰아가는 건 무슨 짓인가? 이런 인물들이 지식인을 표방하고 사악한 언어를 남발하여 동서를 쪼개고 국민 통합을 방해한다면 누군가의 말대로 북쪽보다 남쪽이 먼저 무너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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