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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삼연(2015-02-21 18:33:41, Hit : 2228, Vote :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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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 삼국지와 요시카와 삼국지>(2)

<이문열 삼국지와 요시카와 삼국지>(2)


이뿐만이 아니다. 작품의 체제와 내용, 구상 면에 있어서도 쌍둥이처럼 닮았다.


도입부의 독창적 개편은 물론 결말부의 과감한 축약이 거짓말처럼 동일하다.


도입부의 스토리 개편으론 각기 자국 고유의 정서와 성향을 보였는데 요시카와 에이지는 차와 여인, 강과 돛단배, 강촌마을, 보검 등을 통해 전통적인 다도, 사면이 바다인 해양국, 사무라이 정신을 연상할 수 있는 일본식 정서를 살린 반면 이문열은 주로 유가의 대의명분, 덕과 인의, 문도와 문인, 청의와 탁류, 권위주의, 지식계급, 혁명, 건달과 주먹 등의 개념을 통해 유학의 잔재, 혼란과 부패, 이념투쟁 등에 매몰되어 있는 한국의 정치사회상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렇게 상호 스토리 전개는 다르지만 내용을 개편한 범위와 분량만큼은 비슷하다. 즉 둘 다 첫머리에서 도원결의 앞부분까지 개편했다는 점, 개편 분량의 점유율 또한 각각 제1권의 5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이 닮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권, 각 장회의 제목을 자기 식으로 개편한 점, 시가, 격문, 표문 등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대체한 점, 문장을 자신의 견해 위주로 첨가, 삭제, 변형하여 서술한 점 등이 닮았다. 또 전체적으로 볼 때 조조와 공명 두 인물 부각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 특히 조조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 한 점, 초인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선 과학적 견해를 피력한 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 점 등도 닮았다. 그리고 결말부에 이르러 제갈량의 죽음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린 종결 구도 역시 닮았고, 제갈량 사후에 나오는 책 한 권 분량을 축약 서술한 점마저 닮았다.


그러면 어째서 이처럼 놀랄 만큼 닮았을까? 물론 근본적으로 같은 텍스트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비슷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 내리기엔 너무나 많은 부분이 동일하고 유사하다. 여기서 다시 한 예를 더 들자면 이런 경우도 있다.


조조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문열 『평역 삼국지』 역시 붉은 색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보자.

조조가 붉은 전포에 불꽃같은 털을 가진 말을 탔으며 거느린 군사들마저 붉은 복장에 붉은 기치를 들었으니 조조 부대의 상징이 온통 붉은 색이란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이 역시 요시카와본을 그대로 빼닮은 게 아닌가. 아니, 닮았다기보다는 거의 동일하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이문열본에서 저본으로 삼았다는 모종강본에는 거저 한 마디, 군사들이 든 깃발이 붉은 색이라는 서술만 나올 따름이다. 부대의 깃발이 붉은 색이므로 상상력의 일치가 있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수용한다 할지라도 전체적인 면에서 이 두 사람의 작품은 너무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여기서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탁오본과 모종강본의 시차가 46년인데 요시카와본과 이문열본의 출간 시차 역시 45년이란 점이다. 어쩌면 이렇게 출간 시차까지 흡사하단 말인가? 하기야 이런 부분이야 아무리 묘하다 해도 우연의 일치로 돌릴 수 있겠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체제상의 유사점만큼은 물리적인 시간 관계상 앞에 나온 작품이 뒤에 나온 작품을 학습하거나 모방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모종강이 이탁오본을 읽고 참신성과 불만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바로 그 점을 계기로 자신만의 차별화된 모티브를 얻은 것처럼 이문열본 역시 요시카와본에서 적잖은 영향을 받고 영감을 얻었으리란 점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사성은 체제와 구상을 두고 하는 말이지 내용면에서는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 두 사람이 걸출한 이야기꾼이자 작가적 천재성을 타고난 인물임은 분명하다. 이 두 사람이 다 같이 광대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해주듯 실제로도 이 두 사람의 삼국지는 흥미진진하기 그지없다. 손에 한 번 들면 끝까지 읽지 않고는 내려놓을 수 없는 재미, 그 마력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물론 자신들만이 지닌 독특한 구상과 그것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문장 구사력 내지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문장 구사력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이 두 사람의 개성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삼국지』를 수용하는 자세부터가 서로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이문열은 『삼국지』를 하나의 이야기, 즉 하나의 소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의 서문 중에서 ‘현대적 소설 감각 또는 리얼리티를 부여 한다’든가 ‘이 한 권으로 이야기 못할 게 없다’는 견해 내지는 각오를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요시카와 에이지는 이와 다르다. 좀 특이하다. 그는 『삼국지』를 하나의 소설로 보는 게 아니라 ‘시가’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즉 광대한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삼국시기 백 년 동안에 일어난 치란흥망의 역사를 장대한 ‘서사시’로 읊은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점으로부터 이 두 사람의 문체는 완전히 상이한 각자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반면 요시카와본 『삼국지』는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이다. 이문열이 유장한 문체에 고답적 지식과 고사, 이념과 갈등을 버무린 설명식 논리 전개를 즐기는 반면 요시카와는 간결한 문체에 함축적인 어휘, 간단명료한 설명, 대화체 위주로 속도감 있게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문열본이 긴 숨결에 사색적이라 생각을 필요로 하는 머리로 읽는 삼국지라 한다면 요시카와본은 비장한 숨결, 높은 격조에 행위적이고 실천적이고 감성적이라 가슴으로 느끼며 읽는 삼국지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요시카와 『삼국지』는 생각을 내려놓고 읽으면 그냥 한눈에 술술 읽히는 장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물 흐르듯 거침없이 이어지는 스토리, 고조된 톤과 박진감, 꿈틀거리는 감동이 살아있다. 이 감동은 『미야모토 무사시』에서 느끼는 감동과 흡사하다. 뭐라 할까,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관현악과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바이올린의 절묘한 해조라 할까, 굳센 사무라이와 청순한 소녀의 애절한 사랑에서 느끼는 애잔함이라 할까, 어쨌든 무겁고 복잡한 역사 스토리를 이처럼 상큼하면서도 담백한 장편 서사시로 표현해 낼 줄 아는 재주가 바로 요시카와의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권유하는 이상적인 『삼국지』 독법이 있다. 즉 시적 감동을 느끼며 부담 없이 단숨에 읽기로는 요시카와 『삼국지』가, 동양적 가치관이나 역사관을 염두에 두고 뭔가 사색하고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기로는 이문열 『삼국지』가 제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종류에서 흥미를 느끼고 삼국지 마니아가 되었다면 필연적으로 원본의 참맛을 알고 싶을 때가 올 것이다. 마침내 이 단계에 이른 독자라면 『정역 삼국지』가 제격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독법 순서이므로 결국은 독자 개개인의 현명한 판단에 맡길 따름이다.





이문열 삼국지와 요시카와 삼국지의 유사점과 상이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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